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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축제

SeMA 벙커 기획전…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어느덧 3·1 운동 100주년이 다가옵니다. 역사적 의미를 지닌 날, 그 기억이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또 다른 고향,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은 작년 10월에 문을 연 SeMA 벙커의 2018년 첫 기획전으로 일제 강점기 강제노동의 역사를 조명하는 전시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展(2018. 3. 1. ~ 4. 15.)을 개최한다. 3·1 운동 99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이 전시는 강제노동을 목적으로 징용된 이주한국인들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어 범인류적 차원의 공감과 치유, 올바른 미래의 역사를 가늠해 보고자 마련되었다.  


서울시와 한국(사)평화디딤돌, 일본(사)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이 전시는 140여점에 이르는 손승현 작가의 사진을 비롯하여 미국의 데이비드 플래스(David Plath) 교수와 일본의 송기찬 교수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선보인다. 개막식은 3월 2일 오후 1시 50분에 진행될 예정이며, 오후 3시부터는 지난 20여 년간 강제노동 희생자의 발굴과 귀환을 진행해 온 정병호(평화디딤돌 대표), 토노히라 요시히코(승려, 홋카이도포럼 대표) 등이 참여하는 전시연계 국제 심포지엄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다. <한국인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봉환을 위한 국제회의>라는 제목의 본 심포지엄을 통해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함으로써 동아시아의 화해와 평화를 열어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길고긴잠, 데이비드 플래스길고긴잠, 데이비드 플래스


이 전시의 배경이 되는 일본 홋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발굴은 1980년대 일본의 시민과 종교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1996년부터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의 민간 전문가들과 학생, 청년들이 함께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평양 전쟁 시기의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50여구를 발굴하였고, 인근 사찰 등에서 100여구의 유골을 수습하였다. 


이들은 그 동안 발굴, 수습한 한국인 유골 총 115구를 유족과 고향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70년만의 귀향>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 홋카이도에 강제 연행된 한국인의 유골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방치된 채로 60년 이상이 흘러가 버린 지금, 강제 연행과 강제 노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인간 존중의 기본을 실현하고자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로부터 시작된 본 프로젝트를 통하여 희생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전시로서 공유하고자 한다.  


참여작가 손승현은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징용과 노동으로 희생된 이들의 유골 발굴 과정을 다큐멘터리 사진형식으로 재현하고 있다. 특히 시간에 따른 변화 없이 과거의 사건이 현재처럼 느껴지는 심상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작품과 더불어 역사적 사건들을 추적하는 사료들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구성하여 선보인다. 데이비드 플래스(David Plath)의 다큐멘터리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홋카이도에서 강제노동 중 사망한 115명의 조선인 희생자 유골을 한국과 일본의 자원 활동가들이 함께 발굴하여 일본 열도를 관통하는 여정 끝에 고국 땅에 안치하는 과정을 기록한 영상이다. 


또 다른 고향또 다른 고향


송기찬의 다큐멘터리 작품 은 유골발굴에 참여했던 재일동포들의 정체성에 관한 인터뷰 영상이다. 작가는 재일동포들의 삶에 지금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식민지성이 해방 후 동아시아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일본, 한국, 북한이라는 세 국민국가의 틈새로 내몰리는 과정에서 공고해진 것임을 주목한다.  


또 다른 고향 2또 다른 고향


이번 전시는 2015년에 선보인 바 있는 <70년 만의 귀향>의 연장이자 그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시로서, 3월 1일 SeMA 벙커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오는 8월, 일본의 오사카와 동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손승현 Son, Sung Hyun (큐레이터, 사진작가, 한국예술원 교수) 

한국인을 비롯한 몽골리언의 역사, 사회,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시각예술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북미 원주민 공동체에 깊숙이 들어가 이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한국인의 삶의 여정을 기록한 <삶의 역사> 작업을 12년째 진행 중이다. 해마다 한국과 몽골, 그리고 북미 여러 곳을 여행하며 주된 작업인 사진작업과 글쓰기를 통하여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폭넓은 이야기와 현실 문제에 대한 문명비판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서울 전시에는 지난 7년간의 한·일 공동 워크숍을 기록한 사진작업과 지난 2015년 홋카이도 조선인 강제노동 희생자 115구의 귀향여행을 기록한 작업이 전시될 예정이다. 


데이비드 플래스 David W. Plath(영상인류학자, 미국 일리노이대학 명예교수)  

데이비드 플래스는 35년간 일리노이대학 인류학부에서 강의를 했고 현재 은퇴 후 명예교수로 있다. 인류학과 일본문화에 관한 6권의 저서와 6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일본과 태국 문화에 대한 영상 민족지 필름을 40여 편 이상 만들었다. 그의 선구적 업적을 기려서 동아시아인류학회는 2000년부터 데이비드 플래스 미디어인류학상을 제정하여 수상하고 있고, 2013년에는 아시아학회로부터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 상영되는 조선인 강제노동 희생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인 은 2017 아시아학회와 뉴욕의 마거렛 미드 영화제에 초청 상영되었으며, 미국과 아시아 여러 대학에서 상영되고 있다. 


송기찬 Song Ki Chan (영상인류학자,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조교수) 

송기찬은 일본 교토대학에서 오사카 조선학교에서의 현지조사에 기초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학교의 민족교육에 대한 학위논문을 바탕으로 [語られないものとしての朝鮮學校] (岩波書店, 2012.6)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현재 일본 교토 리츠메이칸대 영상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재일 동포 입장에서 북해도 조선인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과 2015년에 진행된 유골의 귀향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하여 제작한 영상작품 <또 다른 고향>(20분)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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